신학을 공부하신 수사 신부님이 쓰신 '형제간의 우애'에 관한 책이라 하여,
막연하게 성경에 나오는 여러 형제들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오거나
다소 수필같은 느낌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서문에서만 해도 그런 느낌이었는데,
본문을 읽으니 심리학이나 상담학 관련 서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 중에는 형제간 관계에 관련된 상담사례가 많이 소개되었고,
심리학 관련된 설명도 많았다.
그래서 어려운 것 같고 다소 건조한 문체임에도,
의외로 술술 읽히는 것이 신기했다.
먼저 성경 속의 형제자매 이야기가 나오긴 한다.
그러나 책 안에서 이 내용 자체가 차지하는 부분이 아주 크지는 않다.
많이들 알고 있는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비롯하여 야곱과 에사우, 요셉과 형제들, 모세와 아론과 미르얌, 작은 아들과 큰 아들, 마르타와 마리아의 이야기들.
그리고 이후에 형제자매간의 우애를 비롯한 가족의 사랑에 대한 내용이 다루어진다.
우애라고 하여 형제자매간의 관계만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의 관계, 부모의 역할 등에 대해서도 다룬다.
'우애'가 주제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형제자매간에 싸우지 않고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기만 하는 관계여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형제자매가 있다면 자라는 동안 갈등을 피할 수 없다.
또한 그런 과정을 거쳐 사회화가 이루어지고 형제자매간의 관계도 정립되어 간다.
어린 시절 겪은 서로에 대한 질투나 경쟁이 있지만,
성인이 되어 또는 나이를 먹어서 이런 갈등을 뒤돌아보고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 것.
그것이 우애라고 하는 것 같다.
또한 이런 서로에 대한 이해가 가능한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자녀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부모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가장 와닿은 구절은
'모든 불행은 비교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 키르케고르
이다.
부모로서, 경쟁의 시대에 잘 되라는 의미로 자녀들 간에 혹은 다른 집 아이와 비교를 하지만, 결국 불행의 시작이라는 것.
사실 부모상담을 주제로한 책이나 강연 등에서도 늘 나오는 말이어서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새기고 있긴 하지만 또 한번 담아두었다.
내용의 중심은 하나였던 것 같다.
'형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형제의 인생을 내가 생각하는대로 이끌 수는 없다.
나의 사고방식이 완전히 옳다는 것도 있을 수 없고,
혈육이긴 하지만 형제자매는 그 나름의 인간이니까.
하지만 혈육이기에 비난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관계란 쌍방에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나만 받아들여서 좋아질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때에, 내가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었을 때,
상대방, 형제자매도 받아들이도록 작은 시도를 해야한다고,
변화는 쉽지 않기에 그런 변화가 이루어지도록 기도를 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가 가족들과의 사이에서 시도한 몇가지들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못하겠다 아직은.
'지금도 나쁘지 않은데, 그렇게까지 해야해?' 라는 생각이....
하지만, 조금 어색하게 시작하지만 그것이 더 좋은 관계로 가는 길이 된다면 시도해 봐야겠지?
그리고, 내가 혼자 읽기보다는 형제자매와 같이 이 책을 읽고,
서로에 대해 받아들여야 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런 시도를 한다면,
좀더 좋은 결과에 좀더 빠르게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의 목차에도 슬쩍 보이지만,
형제자매간에 생기는 여러가지 갈등에 대한 내용들이 많은 사례로 설명된다.
부모의 사랑을 얻기 위한 경쟁, 유산 다툼, 형제 간의 잘난 척 등...
내가 외국에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왠지 서양 사람들은 그런 다툼 없이 서로 쿨하게 인정하고 사는 줄 알았다.
특히 독일이라면 더더욱.
그런데 내용을 보면 사람사는 건 다 같은가보다 ㅎㅎㅎ
유럽인 가족의 이야기이니 한국인 가족에는 안 맞을 줄 알았는데,
그래 그런 경우가 있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는...ㅎㅎ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서평 작성을 목적으로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