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고 흩어져 버리는 희망과 위로에 아쉬움을 느끼는 당신을 위해
우리 주변에는 경쟁 사회에서 힘들어하는 이, 더욱 완벽한 사람을 원하는 사회에서 자존감을 잃어 가는 이, 사람 사이에서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잊은 이들이 많다.
이렇게 마음이 지쳐 버린 이들이 희망을 갖고, 위로를 얻기를 바라며 오랜 시간 기도해 온 사람이 있다. 무려 10여 년간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자신이 직접 쓴 글로 기도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따뜻한 목소리로 전국의 청취자들에게 다가갔던 윤해영 바실리사 수녀다.
윤해영 수녀는 오랜 시간 방송으로 사람들에게 전했던 희망과 위로를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하기 위해 방송을 했을 때의 글을 모아 《연민, 사랑으로 가는 길》(가톨릭출판사, 사장 김대영 디다꼬 신부)을 펴냈다. 힘겨운 삶 가운데에서 주님에 대한 사랑으로 한 줄기 희망을 품고 있던 청취자들에게 오히려 선물을 받았다고 말하는 저자는 사랑으로 가득한 삶을 살라는 메시지를 이 책에 담았다.
10년 가까이 CPBC-FM 기도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저는 수많은 청취자들을 만났고, 그들로부터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삶의 고통 속에서도 주님 향한 해바라기가 되어 또다시 일어서는 그들을 기억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저의 시선도, 사람을 만나는 저의 마음도 조금씩 변화했으니까요.
― 머리말 중에서
“제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글만 담았어요.”
이 책은 라디오를 진행하며 10,000여 장 이상의 글을 쓴 저자가 가장 아끼는 글들과 가장 많이 사랑받았던 글들을 모아 출간한 단상집이다. 짧은 글로 깊은 깨달음을 주는 이 책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도 괜찮다는 말로 시작한다. 누군가를 사랑했을 때 과연 완벽한 사람만을 사랑했는지 물으며 부족함이 있어도 사랑받을 수 있다고 힘들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또한 저자는 하느님의 손길이 닿은 겨울 싹, 어떤 것이든 품어 주는 발밑의 흙, 봄이면 피는 예쁜 꽃을 보며 그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한다. 이처럼 소소한 일상에서 위로와 사랑을 전하고 있기에 이 책을 읽으면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일상일지라도 선물처럼 소중한 것이며,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우리 모두가 귀한 존재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힘들어하지 마세요.
좌절하지 마세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당신 때문에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어요.
당신 때문에 살맛 난다고 하는 사람이 있어요.
당신 때문에 위안이 되고 고마워하는 사람이 있어요.
당신은 귀한 존재입니다.
당신 때문에 웃음을 찾으며 즐거워하고
당신을 향한 그리움으로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 ‘일상’ 중에서
흙에서부터 사람, 하느님에게 이르는 그 사랑으로 가는 길
또한 이 책에서는 수녀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들이 잘 나타나 있다. 본인이 소속된 수녀원에서 느끼고 겪은 일들을 글에 잘 녹여 내고 있어 소소하면서도 특별한 수녀의 수도 생활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공동체 생활에 대한 생각, 하늘의 별이 되신 수녀님들, 수도원 정원에 있는 나무를 보며 얻은 위안, 예수님상의 뒷모습에서 느낀 미안함 등 수도 생활을 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밖에도 민주 항쟁 때 김수환 추기경님과 함께 있었던 이야기, 세월호 사건에 대한 생각, 2016년 겨울에 묵주를 들고 광화문으로 가서 수없이 기도를 바치고 돌아온 이야기 등 수도자로서 저자가 사회의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기도 하다.
사람아!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오죽했으면 너와 똑같은 사람이 되어
이렇게 네 곁에 있기를 원했겠느냐?
― ‘성탄’ 중에서
“기도는 제가 줄 수 있는 가장 귀중한 선물이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힘겨운 삶을 견뎌 내며 살아간다. 우리 신앙인들도 마찬가지로 삶의 어려움과 마주하며, 그런 순간들 속에서 하느님께 기도로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신앙인일지라도 마음은 가득한데 바빠서 기도할 시간을 내지 못한다는 사람이 많다. 그럴 때, 누군가가 나를 위해 기도를 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저자는 항상 누군가를 위해서 기도를 한다고 말한다. 만나는 모든 이를 위해 칭찬, 격려, 위로, 웃음 등의 선물을 주며 기도해 주는 저자는 라디오를 통해 인연을 맺은 청취자뿐 아니라 이 책을 통해 연을 맺은 우리 모두를 위해서도 하느님께 청할 것이다.
저는 누구를 만나든
선물을 가지고 가려고 노력합니다.
수녀가 무슨 돈이 있어서
선물을 들고 다니느냐고요?
먼저 그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헤아려 봅니다.
격려가 필요하면 격려를,
칭찬이 필요하면 칭찬을,
……
선물과 함께 기도도 꼭 가지고 갑니다.
누구를 만나든 그를 위해
조용히 하느님께 화살기도를 드립니다.
― ‘선물’ 중에서
[책속에서]
누군가를 사랑했을 때……
그 사람의 어떤 점이 끌리셨나요?
혹시 이런 경험은 없으셨나요?
그의 결점이
매력으로 느껴져 사랑을 하게 된 경우…….
젊은 날 보지 못하고, 읽어 내지 못한 것들이
이제는 아주 조금씩 조금씩 보이는 듯합니다.
― 29p ‘누군가를 사랑했을 때……’ 중에서
저는 가끔 혼자서 남산을 걷습니다.
바람 소리, 새소리, 물소리가 반겨 주고
산토끼, 다람쥐, 작은 벌레들도 반겨 줍니다.
혼자 뚜벅뚜벅 걸으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침묵이 제게 묻습니다.
“너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 82p ‘걸으면서……’ 중에서
내 마음속에는
내가 쳐 놓은 울타리와 장벽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점점 단단해지는 내 마음,
점점 좁아지는 내 마음…….
주님, 마음의 티눈은 어떻게 뽑아야 하나요?
― 129p ‘마음의 티눈’ 중에서
어느 날 주님의 기도를 묵상하는데……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 첫 줄에서 그만 숨이 멎는 듯했습니다.
하루에도 수도 없이 외웠던 기도문,
아니 반세기가 넘도록 내 몸에 밴 주님의 기도인데
그날은 처음으로 느끼는 어떤 울림이 있었습니다.
하늘에 올라가신 나의 아버지가
아주 선명하게 떠올랐지요.
땅에서 하늘까지, 이승과 저승의
아득한 거리지만
애틋한 그리움 하나로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보고 싶다고, 아쉽다고,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이렇게 울고 웃으며 난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와
‘하늘의 별이 되신 나의 아버지’가
하나로 어우러지던 날, 나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주님의 기도가 ‘사랑 덩어리’인 것을…….
― 131~132p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중에서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연민.
이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지요.
인간에 대한 연민만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인간에 대한 연민만이 이 세상을 살리고
인간에 대한 연민만이
하느님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 134p ‘연민’ 중에서
성 요셉,
당신은
시작부터 마침까지 주님 뜻 받드시려고
하고 싶은 많은 말, 가슴에 묻어 두고
보일세라 들릴세라 꼭꼭 숨으시어
바위틈에 돋아난 이름 없는 풀처럼
그저 들러리 인생을 사셨습니다.
성 요셉,
앞서고 싶을 때면
당신을 생각하며 겸손을 배웁니다.
뒤처진다 싶을 때도
당신을 생각하며 용기를 얻습니다.
드러나지 않는 삶,
티끌이나마 따르고 싶어
당신의 이름 높이 부르옵니다.
당신의 모습 깊이 새겨 봅니다.
― 178~180p ‘성 요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