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라는 불혹의 강을 건너며 작가 공선옥이 꾸밈없이 풀어 놓는 일상의 고백들!
사람들은 대개 삶의 시기마다 고유한 의미를 부여하며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마흔’이라는 나이에 대해선 유독 더 많은 담론이 나오는데, 그만큼 삶이라는 긴 여정 안에서 특별한 분기점이 되기 때문이리라.
이 책 공선옥의 『마흔 살 고백』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저자가 마흔 언저리에서 일기처럼 써 내려간 잔잔하지만 애틋한 일상의 고백들이다. 등단할 때부터 세상 밑바닥 사람들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 주며 자신의 글을 통해 그네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던 작가 공선옥은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의 시기를 지나며 그 시간과 공간들 안에서 어느 것 하나 무심히 지니치지 못한다.
TV를 통해 보았던, 수해로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새댁이 눈에 밟혀 찾아가고, 아무도 달래 주는 이 없이 혼자 울고 있는 낯선 아이를 품에 안고 같이 엉엉 울어 버리는가 하면, 사춘기에 접어든 딸아이와 티격태격 다투고 씨름하면서도 좋은 엄마가 되어 주지 못함에 더 가슴 아파하는 등 그저 무심히 넘길 수도 있는 사건과 사람들에 마음이 흔들려 끝내 그들과 함께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이렇듯 함께 울며 웃으며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 홀로 키우는 세 아이와의 이야기, 오랜 숙원이었던 세례를 받고 신앙인이 된 이야기까지 자신의 마흔 언저리 시간과 공간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 글을 통해 작가 공선옥은 세상을 품는 어미의 마음으로 우리네 고단한 삶을 따뜻하게 품어 준다.
“세상 모든 것은 예뻐하면 예뻐지고 미워하면 미워진단다. 원래가 예쁘고 미운 건 하나도 없는 거란다.” 저자가 딸아이에게 들려주는 얘기처럼 작가의 마음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주변의 가족, 이웃 나아가 세상의 여리고 아픈 것들이 더욱 애틋해지며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공선옥 산문집 ``마흔살 고백`` 출간 먹고사는 일·부모노릇의 엄숙함 갈피마다 <마흔살 고백>(생활성서 발행)을 냈다. 가톨릭 신자인 작가가 2003~2004년 월간 ``생활성서``에 연재한 글을 중심으로, "마흔살 이쪽 저쪽으로 5년 안짝"에 쓴 에세이 38편을 묶은 것. 작은 일에도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이웃들, 불혹(不惑)을 넘어서면서 깊어진 인생에 대한 생각, 신앙인으로서의 내적 성찰 등 한 편 한 편의 글이 여운을 남긴다. 그러나 글의 주축은 ``어미``로서의 체험이다. 고정수입이 없는 전업작가로 세 아이를 키우며, 허름한 세간을 싣고 고향 곡성에서 여수로, 여수에서 춘천으로, 춘천에서 전주로, 전주에서 다시 춘천으로 옮겨다니며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를 씨름했던 작가의 경험이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한 아이를 잠시 시설에 맡겼던 경험을 털어놓는 작가는 입양을 권하는 상담원 앞에서 "오직 그 한 생각, 내가 지금 이 아이들을 데리고 있으면 당장에는 힘들지만 당장 힘들다고 아이들을 버리면 죽을 때까지, 설사 내가 육체적으로 편해지는 날이 오더라도 나는 평생을 정신적 진흙탕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썼다. <2009/02/23 한국일보> “마흔 아침에… 나 아닌 이도 사랑하기를” 중견 소설가 공선옥 씨(사진)는 마흔 즈음을 이렇게 회상한다. ‘인생의 오랜 숙원이었던 세례를 받았고, 고만고만하던 아이들은 훌쩍 컸고 내 머리엔 어느새 흰 서리가 내렸다.’ 이 책은 마흔 살 언저리를 보내며 그가 신앙인이자 소설가로, 홀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으로 쓴 글들을 엮은 것이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어려움이나 생활 속에서 얻은 깨달음 등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생활고 때문에 아이들을 잠시나마 아동일시보호소에 맡겨야 했던 뼈아픈 경험을 털어놓거나 천방지축 말썽쟁이인 아들의 행동 때문에 마음을 졸이고 사춘기가 된 딸아이와 티격태격하는 일상을 말하기도 한다. (중략) 마흔 즈음이 돼서야 현재가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깨닫게 됐다는 그는 밉고 부정하고 싶었던 과거까지 끌어안는 넉넉한 품으로 자신을 사랑할 것을 다짐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 마흔의 아침에 거울 앞에 앉아 작은 주문을 왼다. 내가 나를 많이 사랑하겠습니다. 그 사랑 넘쳐 나 아닌 이도 사랑하게 해주십시오.” (‘마흔의 어느 아침’) <2009-02-21 동아일보> 일상에 전하는 따뜻한 위로 엄마로 이웃으로… 중년의 두 작가 에세이 자신의 일상과 삶을 털어놓으며 그 속에서 얻은 성찰과 위안을 전하는 두 여성작가의 산문집이 나란히 출간됐다.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솔직히 드러내고, 그 상처에서 얻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온 인기작가 공지영(46)씨가 에세이집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한겨레출판)를 내놨고, 가난과 모성의 문제를 천착해온 중견작가 공선옥(45)씨는 마흔 언저리에 일기처럼 써내려간 애틋한 일상을 고백한 공선옥의 ‘마흔살 고백’(생활성서)을 출간했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깨달은 것 중의 하나는 젊은 시절 내가 그토록 집착했던 그 거대(巨大)가 실은 언제나 사소하고 작은 것들로 우리에게 체험된다는 사실이었다. 말하자면 고기압은 맑은 햇살과 쨍한 바람으로, 저기압은 눈이나 안개, 구름으로 온다는 것이다. 우리는 평생을 저기압 속을 걸어가고 있어, 라거나 고기압을 맞고 있어, 라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 두 기압 중의 하나를 벗어날 수 없고 일상에서 마주치는 우산이나 외투, 따듯한 찻잔이나 장갑 등이 사실은 다 그 고기압과 저기압의 파생물이기도 한데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거대한 것들, 이를테면 역사, 지구, 환경, 정치 등의 파생물인 풀잎, 감나무, 라디오 프로그램, 반찬, 세금 같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던 거였다.” 중략 이런 상처를 거쳐 그는 결국 세상을 품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우리네 고단한 삶을 따뜻하게 품어준다. 그래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세상 모든 것은 예뻐하면 예뻐지고 미워하면 미워진다. 원래가 예쁘고 미운 건 하나도 없다. 내가 나를 예뻐하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져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지금 주문을 외운다. 내가 나를 많이 사랑하겠다고.” <2009-02-19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