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를 읽는다는 건
곧 나를 다시 읽는 일
바오로 신학의 정수가 담긴 11개의 핵심 본문을 골라, 십자가와 부활, 믿음, 의화, 기도, 은총, 자유, 세례, 죽음, 종말 등 그리스도교 신앙을 형성하는 중요한 주제들을 하나하나 짚어 나간다. 성서신학자인 저자는 바오로가 직접 사용했던 그리스어 낱말을 파고들어 말씀을 깊이 ‘줌인’하고, 그렇게 길어 올린 통찰을 다시 우리의 신앙생활과 실생활로 ‘줌아웃’한다. 그 깊고도 신선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의 신앙인은 어떻게 믿음을 지키며 살아갈 것인지를 바오로에게 배우게 된다.
복음을 살기 위해서
성경을 세상으로 ‘줌아웃’
미사 끝에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는 말과 함께 매주 세상으로 파견되는 우리 그리스도인은 복음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경 말씀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주의 깊게 읽어 보려고 해도 성경은 아리송한 것투성이다.
읽기의 새로운 기준과 방법을 제시한 『성경 본문 줌아웃』 3종 중 두 번째 권, 『성경 본문 줌아웃: 바오로 서간 편』이 출간되었다. 제목의 ‘줌아웃’이라는 낱말에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이 녹아 있다. 저자는 역사적 맥락과 사실 관계를 따지는 ‘주석’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책의 첫머리를 연다. 요컨대 해석이란 성경의 메시지를 우리 삶의 자리에서 받아들이고 새롭게 하는 일이며, 이 책에서는 성경 말씀을 ‘줌아웃’해 나의 삶으로 가져온다.
바오로는 예수님을 읽었고 그분을 ‘해석’했다.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친교의 깊이를 가늠했고, 그리스도의 몸을 통해 만물의 조화를 짚어 냈다. 그리고 우리는 바오로가 남긴 글을 통해 우리의 삶에서 예수님을 다시 해석해 낼 것이다. -들어가면서
바오로 서간의 핵심 본문들에서
길어 올린 11가지 이야기
왜 바오로 서간일까? 바오로 서간은 바오로 사도가 각지의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와 신자들에게 쓴 편지다. 다양한 문제와 질문 속에서 신앙을 일궈 나가던 공동체를 위로하고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기록된 이 편지들에는 십자가와 부활, 죽음, 종말, 의화, 기도, 자유, 은총, 세례 등 그리스도인의 삶과 신앙을 형성하는 신앙의 핵심 주제들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바오로 서간은 초기 교회 문제를 다루는 사목적 편지를 넘어, 오늘날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신앙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되어 준다.
『성경 본문 줌아웃: 바오로 서간 편』은 바오로 사도의 신학이 잘 드러나는 핵심 본문들을 선택해 11가지 주제를 다룬다. 그 신학을 집필 당시의 배경에서 살펴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을 사는 나는 해당 주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로 끌고 간다.
이를테면 예수님의 재림이 자신이 사는 동안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해하던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에서 바오로는 죽음 너머의 희망을 선포하며, 슬퍼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라고 그들을 가르친다. 이는 책을 읽는 우리를 향한 가르침이기도 하다.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죽음 너머의 희망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신앙인에게 근본적인 희망은 예수님의 부활에 있다. 신앙인이 세상의 나머지 사람들과 구별되는 것은 대단한 영성적, 인문학적 가치를 소유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부활하신 예수님을 여전히 기다리며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 죽음 이야기
원문을 ‘줌인’하다!
바오로가 사용한 단어들
바오로 서간은 그리스어로 쓰였다. 『성경 본문 줌아웃: 바오로 서간 편』에서는 원문에서 사용된 그리스어 낱말을 직접 뽑아, 우리말 성경만 읽었을 때는 발견하기 어려운 바오로의 의도와 뉘앙스를 세밀하게 짚어 낸다. 나의 삶으로 ‘줌아웃’하기 전에 ‘본문’을 깊게 ‘줌인’하는 것이다.
‘죽은 이들’로 표현된 우리말 성경 번역은, 테살로니카 교회의 입장에서 본다면,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 원문은 ‘잠자고 있는 이들’이란 말마디로 죽음을 에둘러 언급한다. 그러나 여기서 ‘잠자는 이들’이라는 표현은 죽음을 부정하려는 회피가 아니라, 죽음 너머에 희망을 두려는 신앙의 언어다. - 죽음 이야기
신앙인은 끊임없는 갈등과 선택 속에서 현실의 시간을 통과해 간다. 그래서일까? 바오로 사도는 ‘도구’라고 번역된 ‘호플론ὅπλον’을 ‘무기’의 의미를 담아 자주 사용하였다. 세례받은 이는 현실 속에서 무기를 든 전사와 같다. 그러나 악과 죄와 불의에 맞서 싸우는 게 아니라 희망과 기쁨, 영광을 위하여 싸우고 있다. - 세례 이야기
인간이 아닌 하느님의 눈으로
바오로의 신앙 카운슬링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고민이나 오해가 생기곤 한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에 나의 생각과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굳어진 인간적인 관념을 하느님께 투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빛’은 선, ‘어둠’은 악이라는 이원론에 매몰되어 나의 삶에 어둠이 조금만 들어와도 큰 불안을 느끼거나,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은총을 인간 노력의 결과물로 오해하는 일은 흔하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던 이런 생각을 바오로는 알고 있었고, 서간을 통해 그들을 독려하고 깨우쳤다. 그리고 이 책에서 바오로의 말을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바꾸어 전해 준다.
또 한 가지 『성경 본문 줌아웃: 바오로 서간 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신약 성서 학자이자 사목자인 저자가 신앙을 바라보는 신선한 관점이다. 저자는 바오로의 영성을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하면서도, 타성에 젖어 있거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들에게 새롭고도 건강한 신앙의 모델을 제안한다. 이 책은 바오로 신학 입문자에게도, 좀 더 실생활과 밀접한 성경 공부에 목말랐던 이에게도, 신앙 멘토가 필요한 새 신자에게도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