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조용하고 지리한 기다림을 배워야 하리. 나무 안의 가득한 갈망이 꽃망울을 터뜨린 것처럼 내 안의 그리움이 사랑을 맺어야 하리. 「기도 바구니」에서 윤해영 바실리사 수녀의 글에 예쁜 그림을 입혔던 김선명 스테파노 수사(성바오로수도회)가 자신의 글과 그림을 함께 실어 독자들에게 정식으로 선을 보였다. 「마음 싹이 움트는 그림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번 시화집에서는 미발표작을 포함한 지은이의 그림과 함께, 소소한 삶을 바라보는 한 수도자의 묵상이 글로 표현되었다. “지난봄에 내렸던 꽃잎들의 자리에 예쁜 낙엽들이 색색이 날리겠지요. 그러려면, 그 기쁨을 맛보려면 이 초록들을, 이 열정의 기운들을 뜨겁게 안아야겠지요. 꼭 그럴 겁니다. 꼭이요.”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우리의 일상을 끌어안으려는 지은이의 의지와 바람은 이렇게 소개글에서도 절절히 나타나고 있다. 진실하게 살고픈 바람이 빗나가고, 마음의 담장은 쉬 무너지지 않고, 사랑 앞에서 일보전진 일보후퇴를 반복하고, 따라가기엔 너무 넓고 너무 바쁜 세상 속에서 힘들게 길을 찾고…. 그러나 지은이는 자연 앞에서, 믿음 앞에서 모든 것을 위로받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는다. 그래서일까? 지은이의 그림에도 글에도 흙냄새가 난다. 새벽 숲 속의 냄새가 난다. 색색의 꽃들이 춤을 춘다. 강물이 흘러가고 하늘이 파랗게 뒤덮여 있다. 회색의 도시에서, 오염된 지구에서, 폭력적인 우리네 일상에서 이 책은 자연이다. 다시 숨 쉬게 해주고, 다시 눈뜨게 해주고, 다시 노래할 수 있게 해준다. 외로운 이에게,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 이에게, 방황하는 이에게, 마음이 갈라진 이에게 이 책은 선물이다. 다시 웃고 다시 말하고 다시 사랑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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