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혼의 숨결이 길 위에 깃든 듯한 여정을 담은 책

생활성서사에서 출판한 ‘비아토르(길 위의 인간)’는 대학교수, 예수회 사제가 800킬로미터의 산티아고 순롓길을 한 달 동안 걸으며 그 길 위에서 만난 자연과 사람, 자신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산티아고 순례기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마치 내가 저자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는 착각이 듭니다. 오래된 영혼의 숨결이 길 위에 깃든 듯한 여정을 보여 주는 듯 합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들판과 고요한 숲길, 돌담 너머로 퍼지는 노을빛은 걸음마다 마음을 정화시키고, 과거와 미래가 겹쳐지는 현재 속에서 자신을 마주하게 합니다.

바람은 때로 따뜻하게, 때로는 차갑게 얼굴을 스치며 속삭이듯 말을 걸고, 오래된 마을의 교회 종소리는 잊고 있던 감정을 조용히 깨웁니다. 발이 아플수록 마음은 가벼워지고, 침묵 속에 함께 걷는 이방인들과의 눈맞춤은 말보다 깊은 교감을 선사하죠.

그 길은 단순한 트레킹이 아니라, 마음속 돌을 하나씩 내려놓으며 걷는 기도이자 치유입니다. 끝에 다다랐을 때, 도착이 아닌 또 다른 출발임을 알게 되는 그 묘한 울림이, 산티아고 순례길의 진짜 선물일지도 몰라요.

인생은 어쩌면 산티아고 순례길과 닮아 있습니다. 시작점은 다 다르지만, 누구나 언젠가 마음속에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부름을 듣게 되지요. 마치 어느 날 불현듯 가방을 메고 순례길에 나서는 사람들처럼요. 인생이라는 여정도 그렇게 시작됩니다. 준비가 덜 되었든, 마음이 무겁든, 길 위에 나서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순례자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단순한 도보여행이 아닙니다. 매일같이 걷는 반복된 시간 속에서 나도 모르게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고, 낯선 자연과 풍경, 그리고 이방인과의 짧은 인연 속에서 삶의 본질에 대해 묻게 됩니다. 그것은 인생과 꼭 닮아 있지요. 때로는 오르막길이, 때로는 쏟아지는 비가, 마치 우리 인생의 고난과 시련처럼 찾아오지만, 그 모든 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우리는 더 단단한 존재로 나아갑니다.

“우리 모두는 ‘희망의 순례자’란 표어를 가슴에 안고서 2025년 희년을 살아가고 있지요. 한평생 철학을 전공하고 가르치신 김용해 신부님이 산티아고 순롓길을 걸으면서 하셨던 개인적 삶과 인간의 보편적 삶에 대한 성찰은 우리가 거룩하고 복된 희년에 희망의 순례자가 되어 걸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송봉모 신부의 추천사, 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