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나가지 않으면서도 가톨릭 신앙서적 서평단을 신청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이렇게 해서라도 하느님과의 관계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 서평을 쓸 때마다 성당에 못 나간다는 이야기를 언급하곤 하는데, 그럼에도 나를 선정해주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이 책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부족하나마 나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사실 나는 가톨릭출판사에서 출간된 『교황 레오 14세』의 서평단으로 선정돼 해당 도서를 읽은 후 서평을 남긴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 생활성서사에서 새로 나온 교황의 전기가 마음으로 가깝게 느껴졌다. 나는 에세이만큼이나 전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소설 속 인물이 아닌 실제 인물을 다루는 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선교사 출신이다. 교황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 인물이 아니었고, 따라서 이렇다 할 정보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콘클라베를 통해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하느님은 국적이나 인종, 출신 성분이나 정치 성향 같은 세속적인 잣대에 얽매이지 않으신다. 교황은 로마보다 자신이 몸담았던 선교지인 페루에 더 애정이 많으셨다.
레오 14세 교황은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에서 태어났다. 그러다보니 새 교황도 미국의 정치사상이나 경제체제를 옹호하지 않을까 하는 오해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교황은 가톨릭의 전통을 수호하는 일에 있어 그 어떤 상황과도 타협하지 않았고, 오로지 그리스도만이 모든 삶의 중심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묵묵히 주님의 일을 해왔다. 교회의 높은 직분에 있으면서도 단 한 번도 안락하게 살아오지 않았다. 심지어 말이나 노새를 타고 오지에도 다녔다(이렇게 몸을 던지면서도 미사 때만큼은 단정하고 깔끔했다). 교황이 되기 전에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경청했다.
책의 맨 끝에는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 강론 전문이 실려 있다. 여기에 교황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 당부하고자 하는 사항이 모두 나와 있으니 지루해하거나 흘리지 말고 꼭 읽어보면 좋겠다. 새 교황을 더 알고 싶다면, 『교황 레오 14세』와 『파파 레오 14세』 둘 중 하나만 읽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