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성서사에서 출판된 로버트 배런(Robert Barron) 주교의 저서 기도(An Introduction to Prayer)는 기도의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 책은 관계의 회복과 존재의 떨림이라는 관점에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우리는 대개 기도를 ‘내가 하느님께 건네는 말’이라고 오해하곤 합니다. 그래서 기도가 막힐 때면 할 말이 없음을 한탄하고, 내 간구가 응답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합니다. 하지만 로버트 배런 주교는 이 얇고 단단한 저서 ‘기도’를 통해 우리의 뒤통수를 가볍게 치며 정반대의 진실을 일깨워줍니다. 기도란 내가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서 말을 건네오시는 하느님의 호흡에 ‘응답’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이라는 것이죠.
배런 주교는 우리가 하느님과 맺는 관계의 본질적인 ‘친밀함’을 역설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격식 없는 편안함이 아닙니다. 성녀 카타리나가 예수님과 나누었던 그 뜨겁고도 깊은 친밀함, 즉 나를 나보다 더 잘 아시는 창조주 앞에 단독자로 서는 전율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읊조리는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 안에 흐르는 이 ‘오래된 친밀함’의 맥락을 짚어내며, 독자가 메마른 입술로 반복하던 기도문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게 만들고 있습니다.
시중의 많은 기도 안내서들이 ‘어떻게(How)’ 기도할 것인가에 대한 매뉴얼을 제시할 때, 배런 주교는 ‘누구와(Who)’ 함께 있는가에 집중합니다. 그는 기도를 잘하기 위한 기술을 전수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 존재의 근원인 하느님과의 관계가 뒤틀려 있지는 않은지 거울을 비춰주고 있습니다.
그는 기도를 호흡에 비유하면서도, 그 호흡의 주도권이 우리에게 있지 않음을 명시합니다. 내 안에서 이미 기도하고 계시는 성령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기도의 핵심입니다. 이는 곧 기도가 ‘나의 욕망을 관철하는 수단’에서 ‘하느님의 뜻에 나를 조율하는 과정’으로 변모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 책의 가장 독창적인 지점은 기도가 개인의 영성적 위안에 머물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꾼다는 점에 있습니다. 저자는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의 친밀함을 회복한 영혼은 필연적으로 세상을 ‘선물’로 인식하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내가 가진 것들이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은총임을 깨닫는 순간, 기도는 삶 전체를 아우르는 찬미가 됩니다.
로버트 배런의 문체는 명쾌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신학적 엄밀함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이제 막 기도의 문턱에 선 이들을 배려하는 따스함이 행간마다 묻어납니다. 이 책은 바쁜 일상 속에서 ‘영적 고립’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권하는 최고의 처방전입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당신은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대신, 당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나직하게 들려오는 그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고요히 미소 짓는 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기도는 결코 혼자 하는 독백이 아니다. 그것은 우주에서 가장 거대한 사랑과 나누는 끝없는 대화의 시작이다.” 이 책은 그 위대한 대화로 우리를 인도하는 가장 친절한 안내서입니다.